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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축구를 ‘사커’로 불러도 발끈하지 말자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에서 만난 잉글랜드와 미국은 경기를 하기 전부터 으르렁거렸다. 축구의 명칭을 두고 ‘풋볼(football)’과 ‘사커(soccer)’로 대립한 것이다. 이 경기를 전후해 소셜미디어(SNS)에서 풋볼이란 명칭을 지지하는 팬들은 “이 경기는 사커가 아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반면 미국 팬들은 “이것은 사커”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미국의 다음 상대는 네덜란드였다. 경기에 앞서 트위터 영상에 등장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대표팀을 응원하며 ‘풋볼’과 ‘사커’라는 호칭에 관한 해묵은 논란을 재개했다. 영상 속의 대표팀 주장 타일러 아담스는 카타르 축구장에서 7000마일 떨어진 백악관으로 공을 찼다. 백악관에서 축구공을 집어 든 바이든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It’s called soccer, GO USA(이것은 사커라고 불린다. 미국 파이팅)”이라고 말한 것이다.16강전 승자는 미국을 3-1로 이긴 네덜란드였다. 이에 네덜란드 총리 마르크 뤼터는 트위터에 “Sorry Joe, football won(조, 미안하지만 풋볼이 이겼다)”고 적고 윙크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그러자 바이든은 축하를 보내면서 “Strictly speaking, shouldn't it be 'voetbal’(엄밀히 말하면 voetbal 아닌가요?)”라는 농담을 건넸다. Voetbal은 축구를 뜻하는 네덜란드어로 발음은 풋볼과 비슷하다.미국인들은 자국에서 풋볼로 불리는 미식축구와 구분하기 위해 축구를 사커라고 부른다. 이에 사커는 ‘더러운 미국주의(filthy Americanism)’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또한 사커를 미국의 스포츠 문화를 대표하는 ‘치어리딩(Cheerleading)’, ‘동물의 이름을 딴 팀 이름’과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 잉글랜드 축구팬을 짜증 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풋볼을 사커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풋볼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인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 공을 차고 손으로 잡는 형태의 운동은 고대 그리스, 중국의 송나라, 중앙아시아,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대륙의 원주민이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럼에도 FIFA(국제축구연맹)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고대에 행해진 어떠한 유사한 경기도 축구와 역사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중세 시대 유럽의 여러 국가와 특히 잉글랜드에서 인기를 얻은 공놀이가 있었다. ‘몹(mob, 군중)’ 풋볼이라고 불렸던 중세 경기는 선수 숫자 제한이 없어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했고, 규칙도 거의 없었다. 당시 풋볼은 공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과실치사나 살인으로 이어지지만 않으면, 모든 수단이 용납됐다고 한다. 그러나 몹 풋볼로 인해 인명,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지속되자 이를 금지하는 법이 잉글랜드에서 여러 번 만들어졌다.19세기 영국의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 사립학교를 의미)’은 현대 풋볼의 탄생에 중요한 토대를 쌓았다. 퍼블릭 스쿨은 풋볼을 ‘키킹(kicking, 발차기)’과 ‘캐링(carrying, 손으로 나르기)’이라는 2개의 코드로 명확하게 구분했다.럭비 풋볼은 캐링 코드를 대표한다. 1845년 럭비 풋볼의 규칙이 처음으로 성문화된 곳이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퍼블릭 스쿨인 럭비 스쿨이다. 키킹 코드에 속하는 풋볼은 1863년 ‘Laws of the Game’으로 불리는 규칙을 만들었고, 세계 최초의 축구협회인 ‘The FA(The Football Association)’를 창설했다. 협회의 규칙에 따라 진행된 풋볼에는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축구다. 사커란 명칭은 어소시에이션 풋볼에서 유래했다. 1870년대 옥스포드 대학교 학생들은 “association”을 줄이고 “-er”을 합쳐 “어사커(assoccer, 영국식 발음은 어소커)”를 만들었고, 같은 방식으로 럭비 풋볼은 “러거(rugger)”로 칭했다. 2차 세계대전 무렵 어사커는 더 축약되어 현재의 사커가 됐다.그저 그런 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명문 클럽으로 만든 버스비의 자서전 제목에 사커와 풋볼이 동시에 쓰였다. 월드 사커는 1960년에 개간해 현재까지 발행되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잡지인데, 잡지명이 풋볼이 아닌 사커다. 이외에도 1959년 데일리 미러 신문사가 발행한 기사에도 축구를 사커로 표시했다. 1964년에 첫 방송을 한 BBC의 유명 축구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도 1970년대 후반까지는 사커를 즐겨 썼다. 이렇게 오랫동안 널리 쓰였던 사커라는 단어가 1980년대 이후 영국에서 점차 모습을 감춘다. 미국의 프로축구리그인 ‘NASL(North American Soccer League)’이 70년대 후반부터 축구 스타 펠레, 베켄바워, 크루이프, 유세비오, 조지 베스트 등을 영입하며 큰 인기를 끌자, 미국인들이 사커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즉 미국에서 일시적으로 사커가 인기를 얻게 되자, 이 단어는 영국에서 불결한 것이 됐다. 아일랜드의 한 신문사는 이를 가리켜 영국인의 ‘집단적 언어 기억상실증(collective linguistic amnesia)’이라고 비꼰 적도 있다. 따라서 사커라는 호칭은 축구에 대한 배신이 절대 아니다. 잉글랜드의 축구팬들이 사커라는 단어에 보이는 ‘짜증’도 무지의 산물이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3.15 15:00
산업

다시 본업 돌아온 최태원, 글로벌 행보 속 내년 구상 본격화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을 뒤로 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간다. 일본과 미국, 네덜란드를 차례로 방문하며 임원 인사 등 내년 구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포럼'에 참석한다. 도쿄포럼은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2019년부터 열고 있는 국제 학술대회다. 다양한 국가의 석학이 모여 국제 질서와 과학기술혁신, 환경 등 다양한 위기와 기회요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최 회장은 개막 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주제는 '사회 분열과 디지털 혁신 속 인류애'다. 오는 4∼6일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한다. 역시 최종현학술원이 2019년 발족한 학술 포럼 성격이다. TPD는 한미일 3국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모여 동북아·태평양 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TPD를 전후로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의 교류도 이뤄질 전망이다.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12∼13일)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동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최 회장은 지난 10월부터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 현지에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휴일도 없이 각국 관계자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해 왔다. 작년 5월부터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이동한 거리는 약 70만㎞로 지구 17바퀴에 달한다.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직접 방문했거나 면담한 나라는 180여 개국으로 이들 국가의 고위급 인사와 개별적으로 면담한 횟수는 1100회로 추산됐다. 지난달 28일 파리에서 열린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 연사로 나섰던 최 회장은 이어진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참패하자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엑스포 유치 실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최 회장은 다시 본업으로 뛰어든다. 우선 임원 인사를 통해 내년 구상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임원 인사는 오는 7일께 나올 전망이다. ‘서든데스(돌연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세대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사장단 인사를 한 삼성과 LG도 세대교체를 통한 쇄신을 택했다. LG는 ‘2인자’로 불렸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퇴진했다. SK도 4인 부회장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의 거취에 따라 인사 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긴장감을 불어넣은 바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2.01 06:50
IT

포털 벼르던 정부·여당, 다음 '클릭 응원'에 가짜뉴스 대응 TF 구성 지시

포털 다음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맞춰 선보였던 '클릭 응원'이 여론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총선을 약 6개월 앞두고 잔뜩 예민한 여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결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 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한 총리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의 긴급 현안 보고를 받은 뒤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를 시급히 구성하라"고 말했다.한 총리는 또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부처 TF를 신속하게 꾸려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국민의힘에 따르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과 중국의 8강전이 펼쳐진 지난 1일 다음 응원 페이지에서는 중국을 클릭해 응원한 비율이 한때 전체의 90%를 훌쩍 뛰어넘었다.이와 관련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포털 여론 조작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흐리고 대한민국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한중 8강전에 대해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약 3130만건의 클릭 응원이 있었으며, 한국 클릭 응원이 6.8%(211만건), 중국 클릭 응원이 93.2%(2919만건)로 집계됐다.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 5591개 중 국내 IP 비중은 95%(5318개)로 일반적인 수준이었지만, 확인된 IP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건)였다.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했다.2개 IP의 클릭 비중은 네덜란드 79.4%(1539만건), 일본 20.6%(449만건)로 나타났다. 해당 IP의 클릭은 경기가 끝난 뒤부터 이뤄졌다.카카오는 입장문을 내고 "한중 8강전 클릭 응원 수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시간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서비스 취지를 훼손하는 중대한 업무 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다음은 클릭 응원이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횟수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어 특정 팀에 대한 클릭 응원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한중 8강전 다음 날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10.04 14:42
산업

회장 취임 첫 '빅 위크' 이재용, 거물급 인사와 연쇄 회동 결과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주 거물급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는 ‘빅 위크’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절친한 해외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라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중대한 행보가 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와 피터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연쇄적으로 만난다. 3명의 인사 모두 삼성의 중요한 파트너사의 경영 책임자나 권력자라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동선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회장 취임 후 국내 행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번 거물급 인사와의 만남은 사업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니 만큼 향후 결과물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방한하시는 분들과의 일정에 대해 전혀 알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5일 모습을 드러낸 나델라 CEO와 만났을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나델라 CEO는 'MS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의 기조연설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분야에서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한국 파트너와의 교류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중에 MS 본사를 직접 찾아가 나델라 CEO를 만난 바 있다. 16일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베닝크 CEO와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베팅크 CEO는 이날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인근에 있는 ASML의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 기공식에 참석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인 ASML은 2400억원 들여 2024년 완공 예정인 부품 제조센터 등을 한국에 짓는다. ASML은 이번 뉴 캠퍼스 조성을 통해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다질 전망이다. 첨단장비 관련 소재·부품 공급망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베닝크 CEO는 이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우리는 늘 고객을 만난다.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6월 유럽 출장 당시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등 ASML 경영진을 만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베닝크에 이어 17일 방한하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 가능성이 있다. 17일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티타임을 겸한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도 함께 한다. 이를 위해 이날 열리는 ‘삼성 부당합병 의혹’ 공판에 대한 불출석 의견서까지 법원에 제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의 결정권자다. 17일 삼성물산 등이 참여하는 국내기업 컨소시엄은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진행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한다. 65억 달러(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알려졌고, 이 회장은 이를 시작으로 향후 협약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1.17 06:58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이탈리아 축구가 둘째라면 서러워할 것, 인종차별①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대한민국은 연장 후반에 터진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에 2-1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의 찌질한 복수는 바로 시작됐다. 다음날 당시 안정환의 소속팀이었던 이탈리아의 페루자 구단주는 그와의 계약 해지를 언급하며 “I have no intention of paying a salary to someone who has ruined Italian football(이탈리아 축구를 망친 안정환에게 월급을 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자신을 민족주의자라고 밝힌 구단주는 “안정환은 다시는 페루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정환이 유럽인이었어도 저런 발언이 나왔을까? 일개 팬이 홧김에 보인 반응이 아니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세리에A 구단주의 발언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이고 경솔했다. 그의 발언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에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집에 있던 안정환의 승용차는 박살이 났다고 한다. 심지어 마피아는 그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불똥은 아시아인 전체로 퍼졌다. 이탈리아에 있던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 취급당하며 모욕과 욕설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종차별이 없는 사회는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다른 서유럽국가에 비해 인종차별이 유독 심하다. 2017년 미국의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는 서유럽 15개국 국민의 민족주의와 이민자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22개 질문의 대답을 바탕으로 퓨리서치센터는 0에서 10까지의 범위를 갖는 님(NIM: Nationalist, anti Immigrant & Minority) 척도를 만들었다. 님 척도의 숫자가 높을수록 타민족에 대한 거부감이 높음을 보여준다. 조사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5.01 이상의 점수를 받은 국민의 점유율은 15%~25% 사이였다. 스웨덴은 단지 8%의 국민만이 5점 이상을 기록했고,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16%를 보여줬다. 그에 반해 이탈리아는 5점 이상을 기록한 국민이 무려 38%로 나타났다. 서유럽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국가는 이탈리아였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탈리아 사회에서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의하면 인터뷰 대상자의 55%가 인종차별적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한다. 또한 로마에 위치한 정치사회연구소(Eurispes)가 2020년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이탈리아인의 15.6%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대학살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사회 지도층의 인종차별 발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08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한테 “선탠까지 했다”는 상식 밖의 농담으로 구설에 올랐다. 우파정당인 북부연맹의 수장이자 상원 부의장인 로베르토 칼데롤리는 2013년 이탈리아 정부의 첫 흑인 장관이 된 세실 키엥게를 가리켜 “그녀를 보면 오랑우탄이 떠오른다”는 막말을 던지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칼데롤리는 “농담이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이 밖에도 북부연맹의 한 여성의원은 아프리카인이 2명의 여성을 성폭행 한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키엥게 장관을 강간해야 한다”라는 끔찍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인종차별이 일상적인 나라라는 것을 감안해도, 키엥게 장관에 대한 언어 공격은 충격적이었다. 아울러 축구장에서 흑인 선수를 조롱하기 위해 바나나를 던지듯이, 키엥게 장관에게 바나나를 투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은 남녀노소, 도시와 시골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좌우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18~19세기 유럽의 열강들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일 때 통일도 못 이룬 이탈리아는 이에 합류할 수 없었다. 따라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식민지 국가들과 가진 문화적, 인적 교류를 이탈리아는 경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들은 타 인종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캄파닐리즈모(campanilismo, 이탈리아어 종탑에서 파생된 단어로 지역마다 중심에 있는 성당 종탑의 종소리를 같이 듣고 사는 사람들의 강한 유대감을 의미)로 표현되는 이탈리아 특유의 지역주의와 가족주의 문화도 타 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데 일조했다. 역사적으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아일랜드와 더불어 이민을 보내는 나라였지, 받아들이는 나라가 아니었다. 이러한 나라에 1980년대 후반 비 유럽 출신 노동자 유입이 본격화했다. 이탈리아는 빠르게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지중해를 통해 난민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게다가 지금도 남아있는 파시즘의 유산과 베니토 무솔리니에 대한 향수, 그리고 이탈리아의 경제 침체에 이어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심리도 타 인종에 대한 거부감에 힘을 실었다. 안정환이 페루자에서 고통받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탈리아 사회나 축구리그에서 인종차별은 개선되지 않았다. 도리어 2019년 당시 인터 밀란 감독이었던 안토니오 콘테는 이탈리아 축구의 인종차별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다음 칼럼에서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7.27 06:50
산업

먹구름 가득한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넘버원…이재용 해법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 1위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발로 뛰며 영업에 나서는 등 미래 먹거리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로 올라서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는 물량 공세를 예고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좁혀지지 않는 점유율, 장비 확보도 TSMC에 밀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CPU, 반도체 설계·위탁생산 등의 비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대비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그 규모가 3배는 크다. 게다가 파운드리 시장은 매년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상위 10개 업체)이 319억5700만 달러(약 41조3800억원)로 2021년 4분기 대비 8.2%나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을 잡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대만)에 이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1, 2위 간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53억28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3.9%나 감소했다. 반면 1위 TSMC는 매출이 175억2900만 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11.3%나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 TSMC가 53.6%로 16.3%인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1년 전 점유율이 삼성전자 17.4%, TSMC 54.5%로 양사의 격차가 37.3%였다. TSMC의 점유율이 2021년 대비 1%가량 낮아졌지만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0.2%밖에 좁혀지지 않았다. 1위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인 삼성전자는 오히려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반도체 종가’ 인텔에 쫓기는 신세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는 더욱 고삐를 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인텔은 지난해 200억 달러(약 26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요한 건 장비다. 파운드리는 대규모로 생산해야 단가를 낮추고 승리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핵심인 시장이다. 이중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관건이다. 이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업체 ASML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달 유럽 출장에서 가장 먼저 ASML 본사를 찾은 것도 EUV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서다. 이 부회장은 ASML의 피터 베닝크 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 경영진을 만나 EUV 노광장비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와 함께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만나 장비 공급을 요청했다. 한 대에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이 장비는 연간 50대 안팎 정도만 생산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ASML의 EUV 장비 출하량은 48대로 그중 대만의 TSMC가 22대, 삼성전자가 15대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15대의 EUV 노광장비를 가동하고 있지만 경쟁업체 TSMC는 100대 가량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의 올해 예상 장비 출하량은 51대로 TSMC와 삼성전자가 각각 18대와 22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TSMC의 EUV 노광장비 보유대수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이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이다. 미세 공정 EUV 노광장비 보유대수에 따라 생산 라인의 수준과 규모가 결정되기에 현 시점에서는 TSMC를 따라잡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GAA 첨단 공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선례 기대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출장을 통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해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런데도 TSMC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TSMC는 미국과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를 투자하고 일본 구마모토 공장에는 1조1000억엔(10조5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공장 설립에 투자 규모의 40% 정도를 부담한다. 파운드리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생산규모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삼성전자가 국내 평택과 미국 텍사스에서 생산한다면 TSMC는 대만을 비롯해 미국, 일본에서 생산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TSMC는 올해 400억∼440억 달러(약 51조∼56조원)의 설비투자 예산을 잡아 놓는 등 삼성전자보다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설립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예정대로 2024년 양산과 운용에 들어갈 것”이라며 “독일 등 유럽 공장 설립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를 통해 TSMC와의 간격 좁히기에 나섰다. 차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GAA 기반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양산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신기술로 알려졌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았을 때 이런 GAA 기반 3나노 시제품에 서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점유율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는 그간 GAA 기술을 적용해 올해 상반기 내 대만의 TSMC보다 먼저 3나노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SMC는 삼성전자와 달리 파운드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업 구조다”며 “기술력에서 앞서가야 하는 입장인데 그런 면에서 GAA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대적인 투자를 앞세워 의약품 위탁생산 분야에 뛰어든 지 10년 내 세계 1위 규모를 갖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의 생산 라인 프로세스와 의약품의 생산 라인 프로세스가 비슷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이런 선례가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좋은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6.24 07:00
산업

이재용, 네덜란드 총리 만나 최첨단 반도체 역량 강화 도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뤼터 총리를 만나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가 만난 것은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 방한한 뤼터 총리를 맞아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직접 안내한 적이 있다. 둘이 다시 만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있다. 특히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장비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30 메모리 반도체 1위 목표를 내걸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달성을 위해 EUV 노광장비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에게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대만)를 추격하고 있다. 앞서 마르크 뤼터 총리는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당선인과도 통화해 양국 간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확대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윤 당선인은 뤼터 총리에게 전화해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뤼터 총리는 "양국 간 협력 시너지가 매우 클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7일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돌며 반도체 장비·전기차용 배터리·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특화된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오는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6.15 09:42
산업

‘빅3’ 총수 이재용·최태원·정의선 글로벌 인맥 지형도 살펴보니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춰 대기업 총수들의 해외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재계 인싸’들의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 ‘빅3’ 총수들의 인맥 활용도를 짚어봤다. 억만장자 모임 등 글로벌 '핵인싸' 이재용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세계 각국에 거물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는 등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유럽 지역의 파트너들을 두루 만나며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11일 유럽 출장에 동행했던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전세기를 타고 돌아왔지만 이 부회장은 계속 유럽에 머물고 있다. 18일 귀국 예정인 그가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때처럼 ‘선물 보따리’를 싸 들고 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이 임박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상대 기업과 얘기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부회장님 전세기는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이라 어느 나라를 순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물망에 오른 후보군은 반도체 관련 NXP(네덜란드), 인피니온(독일), ARM(영국) 3개 기업이다. 이중 ARM은 이 부회장과 각별한 사이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과 SK, 인텔과 공동으로 50조원에 달하는 매물로 나온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한국 총수 중에 유일하게 ‘세계 억만장자의 모임’으로 불리는 ‘선 밸리 콘퍼런스’에 초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주최해 매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 밸리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회의다. 이 부회장이 “선 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쁘고 신경 쓰이는 출장”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모임이다. 2002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해왔던 그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불참하고 있다. 만약 올해 참석한다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하지만 이번 유럽 출장처럼 재판부에서 이 부회장의 법정 불참을 용인해줄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부회장은 불법 경영승계 및 합병 의혹 재판과 관련해 매주 목요일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유럽 출장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 계약 건으로 인해 법정 불참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선 밸리 콘퍼런스는 당장의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모임의 성격은 아니어서 재판부가 용인해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선 밸리에서 만난 팀 쿡 애플 CEO와 이야기가 잘 풀려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철회한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스티브 잡스의 장례식에 이 부회장이 참석하면서 특허 소송과 관련해 얘기가 잘 풀린 것으로 안다”며 “이 부회장이 상무 시절부터 10년 이상 다져온 인맥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협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전파 앞장 최태원, 아세안·미국 두각 정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인맥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지금 같은 산업 전환기에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빅3’ 총수 중 맏형인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을 맡는 등 명실상부 국내 재계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글로벌 정·재계 인사뿐 아니라 유명 싱크탱크집단과도 교류하며 사회적 가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SK는 지난 11일부터 미국에서 글로벌 포럼을 열어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미국·일본 3국 전·현직 관료, 재계 인사, 학자 등 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아 태평양과 동북아의 주요 경제 현안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열기도 했다. 최 회장의 대표적 글로벌 인맥으로는 모하메드 알메디 전 사빅 부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수석,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듀폰 전 회장 등이 꼽힌다. SK그룹 관계자는 “다보스포럼 등에 꾸준히 참석하는 최태원 회장은 한번 만난 인연을 중요시 생각한다"며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비롯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아세안과 미국 시장의 인맥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가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단연 부각됐다. 그는 미국의 13조2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재계 총수 중 유일하게 50분간 독대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는 현대차가 아세안 지역 최초 완성차 생산거점을 구축한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비롯해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천민얼 중국 충칭시 서기, 존 오소프 미국 상원과도 친분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적인 영역이라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현대차의 공장이 있고 사업적으로 연관된 지역 인사들과 교류가 잦다”고 귀띔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6.15 07:00
경제

베트남 출장 이재용, 푹 총리와 회동 '선물보따리' 들고가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베트남 출장길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다. 18일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9일 베트남으로 출국한다. 네덜란드 출장에서 돌아온 지 5일 만에 다시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간다. 이번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최대 생산 기지인 베트남을 방문한다. 이 부회장이 베트남 출장길에 오르는 것은 2018년 10월 방문 이후 2년 만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일 푹 베트남 총리와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다. 푹 총리와 사업 협력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과 푹 총리의 회동은 이번이 세 번째다. 푹 총리는 이 부회장을 만날 때마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의 성공이 곧 베트남의 성공이라고 여긴다"면서 베트남에 반도체 생산 공장 등 투자 확대를 요청해온 바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 현지에선 이 부회장이 폭 총리의 거듭된 요청에 구체적으로 화답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푹 총리와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과 관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베트남에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한 휴대전화 배터리를 조립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에 납품하는 조립라인은 갖고 있으나 배터리 제품 관련 생산라인은 없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휴대전화 공장을, 호찌민시에 TV·가전제품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2월부터는 베트남 하노이 THT 신도시 지구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공사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하노이에 건설 중인 R&D 센터와 휴대전화 공장 등도 직접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10.19 10:23
경제

스웨덴 '집단면역 실험' 실패···확진자 120배 늘자 봉쇄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집단 면역' 을 택해 주목받았던 스웨덴이 정책 전환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스톨홀름 등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자 결국 스웨덴 정부가 '봉쇄'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독일 도이치벨레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이치벨레는 이날 ‘스웨덴 정부가 코로나19 정책에 유턴을 검토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웨덴 정부가 이동 제한과 공공생활 규제 등의 정책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의 '느슨한 거리두기', '집단 면역' 실험에서 강력한 봉쇄 쪽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스웨덴 정부는 직장인들의 재택 근무와 고령자의 자가 격리를 독려하고 50명이 넘는 모임을 금지하는 등 일부 봉쇄 정책을 취했지만, 학교나 식당 운동장 등 공공시설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지난달 22일 “지역 소비를 위해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라”고도 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이런 스웨덴의 정책은 신종 코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집단 면역'을 높이는 것만이 코로나를 이기는 방법이라는 스웨덴 보건 전문가들의 신념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집단 면역'은 백신이나 감염으로 한 집단 중 일정 비율 이상이 면역력을 갖게 되면, 집단 전체가 그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책 전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스웨덴의 전체 신종 코로나 감염자수는 지난 달 4일 52명에서 이달 4일 6443명으로 120배 넘게 늘었다. 사망자도 지난달 10일 처음 발생한 후 373명까지 늘어났다. 스톡홀름에서는 집단 감염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달 말 2300여명의 스웨덴 학자는 정부에 의료 시스템 보호를 위해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 스위스 "통제 완화 없다. 더 엄격한 조치 필요" 유럽 내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큰 나라 중 하나인 스위스에서도 더 강력한 통제 조치가 예고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스위스 연방 공중보건청은 5일(현지시간) 오전 8시 현재 신종 코로나 누적 감염자 수가 2만 1100명이라고 밝혔다. 2만 278명이었던 전날보다 822명 늘어난 것이다. 누적 사망자도 559명으로, 19명 증가했다. 스위스의 경우 신종 코로나 검사를 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어, 높은 의료수준에 비해 사망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연방 정부는 더 엄격한 통제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알랭 베르세 보건부 장관은 5일 현지 신문 '존탁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규제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부활절을 앞두고 시민들이 방역을 위한 조치를 준수하지 않으면 통행 금지 같은 더 강력한 조치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감염자와 입원자 수가 명백하게 감소할 때만 조치 완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소매업의 영업을 중단하고 행사 등을 중단한 조치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자 경제를 위해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 이탈리아, 스페인은 확산세 안정국면 한편 유럽 내 가장 큰 신종 코로나 피해국이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확산세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5일 이탈리아의 일일 사망자 수는 525명으로 약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확진자는 총 12만8948명으로 전날보다 4316명 늘어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연속 4천명대를 유지했다. 이탈리아 시민보호청의 안젤로 보렐리 청장은 이에 대해 "좋은 소식이지만 우리는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많은 스페인 역시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뚜렷한 완화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스페인의 신종 코로나 누적 사망자는 1만2418명으로 전날보다 674명 늘었다. 일일 사망자 수는 지난 2일 95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사흘 연속 감소했다. 신규 확진자 발생률도 열흘 전 14%에서 지난 1일 8.2%에 이어 이날 4.8%로 계속 줄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유럽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은 독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5일 9만 8578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했지만, 확산세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6일 오전 11시 유럽 각국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사망자 수)는 프랑스가 9만 3780명(8078명) 영국 4만 8440명(4934명) 벨기에 1만 9691명(1447명) 네덜란드 1만 7953명(1766명) 등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2020.04.0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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